[188호] 북한 어문법을 확립한 고 김수경 경성경전 교수

작성자 정보

  • 편집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한글날 10 9일은 훈민정음해례본 발간일에 불과, 1 15일이 되어야


8bab4ef76082ba74fe7d3d3b7c61b01d_1665624987_2074.png 


매년 10 9일은 한글날이라 하여 기념식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한글날 기념식이 처음 거행된 것은 1926 11 4일로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주최했다. 그 후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된 후에는 그 책이 발간된 날을 양력으로 환산하여 10 9일을 한글날로 정했으나 당시에는 일제의 탄압으로 기념식을 갖지 못하다가 해방 후인 1945 10 9일에 첫 행사를 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1948년부터 1 15일을 한글날(훈민정음기념일)로 기념한다. 이는 김일성대학의 김수경 교수가 <노동신문>에 쓴 글이 계기가 된 것이다. 김 교수에 의하면 10 9일은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간된 날에 불과하고, 실제 훈민정음이 창제된 날은 세종실록에 기록된 바 1443 12, 양력으로는 14441월이라는 것이다.

 

김수경 교수, 그는 누구인가?

 

그는 원래 서울상대의 전신인 경성경제전문학교 교수였다. 1918년 강원도 통천에서 출생하여 1925년에 군산으로 이주, 1934년에 군산중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에 경성제국대학에 입학하여 1940 3월 법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도쿄제국대학 문학부 대학원에 진학하여 언어학을 공부하고 1943년 졸업 후에는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조선어학 연구실 촉탁이 되었다. 당시 그는 조선의 언어 천재로 불렸다. 해방 때까지 그가 습득한 외국어는 그리스어, 라틴어, 산스크리트,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덴마크어, 일본어, 중국어, 몽골어, 만주어까지 15개나 된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그는 경성대학 자치위원으로 활동하다가 그 해 12월에는 경성경제전문학교 교수가 되어 프랑스어를 강의했다. 하지만 다음해인 1946 8월 월북했다. 이 때는 미 군정(軍政)이 발표한 국립서울대학교설립안(국대안)에 대다수 교수들과 학생들이 반대투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또한 이북에서는 김일성대학(당시 북조선종합대학)을 설립하면서 교원이 부족하자 남한의 대학교수들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인하고 있던 시기였다.

 

월북한 김수경은 8 20일 김일성대학의 교원으로 임명되어 조선어학과 강좌장(부장급 교원) 겸 도서관장이 되었다. 1947 6월 그는 <로동신문>에 한편의 논문을 기고했는데 이 논문은 북한이 두음법칙을 폐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어 북한은 '세로쓰기' '가로쓰기', 한자를 배제하고 한글을 전용으로 쓰는 문자개혁을 단행했고, 이 때에도 김수경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 북한이 설립한 조선어문연구회를 이끌면서 <조선어 문법> 교과서를 집필, 그 교과서가 북한 국어학의 기초가 되었다.


1949 11월 김수경은 북한에서 처음으로 '부교수' 자리에 올랐다. 서른하나의 나이에 파격적인 대우였으니 북한 학계에서 그가 얼마나 촉망 받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50 6.25전쟁이 발발하자 김수경은 선무공작대 요원으로 인민군과 함께 남하, 전라도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을 받고 평양으로 복귀했다. 전쟁 중인 1952년 김일성대학은 평안도 일대로 피난을 다녔으나 그 와중에도 북한은 북한 최고의 두뇌를 모아 '과학원'을 설립했고, 김수경은 그 과학원의 연구실장으로 일했다.

 

전쟁이 끝난 후 김수경은 다시 김일성대학의 교수로 복직했으며, 1955년에는 북한의 문자개혁을 조사하러 온 중국 문화대표단과 교류했다. 1956년에는 중국과학원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 언어학계에까지 떨친 김수경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그를 신임하고 지원해 주던 김일성대학 김두봉 총장이 실각하자 김수경은 학계에서 물러나 도서관장만 담당했다. 그러다가 1968 10월에는 북한 최대규모의 '중앙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1998년까지 운영방법 연구실장으로 근무하다가 20003 1일 타계했다.

 

김수경 교수의 이 같은 행적은 일본 도지샤대학의 이타카키 류타 교수에 의해 조사되었다. 그는 20217<북으로 건너간 언어학자 김수경 1918-2000>(인문서원)을 발간하여 김 교수의 생애와 연구 성과를 세상에 알렸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