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호] 우크라이나 전쟁 후 신냉전 시대의 세계 변화(하) / 김상국(경제 75학번, 경희대 명예교수)

작성자 정보

  • 편집부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8bab4ef76082ba74fe7d3d3b7c61b01d_1665636721_8005.png



하지만 세계 대다수 국가들의 국방비 확대는 우리나라 방산업계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K2 전차, K9 자주포, 현궁(晛弓) 미사일 등이 앞으로 큰 시장을 맞을 것이다. K2 전차는 일명 흑표(黑豹,Black Panther)라고 불리는, 우리육군의 최신예 3.5세대 전차로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다. K9 자주포는 사거리가 40km에 달하는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갖고 있다. ‘빛과 같은 화살(raybolt)’이라는 뜻의 현궁은 보병 휴대용 대전차미사일로 두 께 900mm의 장갑을 뚫는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외에도 KF21이나 F50과 같은 전투기들도 상당히 많이 팔릴 가능성이 높다.



둘째; 세계 무역 네트워크화의‘약화’현상이다.


그간 전 세계는 전쟁보다는 무역을 통한 국가 발전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전 세계는 하나의 자유무역 시장으로 묶이게 되었다. 즉 이 나라에서는 자원을 가져오고, 생산은 임금이 싼 저 나라에서하며, 판매는 전 세계에 하는 방식이 통용되었다. 우리나라가 열심히 해외 투자를 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관행에 찬물을 끼얹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이다. 희토류 수출 금지, 특정국가 수입금지 등 별 것도 아닌 일로 그런 행패를 수없이 부렸었다. 호주에 대한 석탄수입금지, 우리나라에는 싸드 배치에 대한 혐한령, 여행금지, 최근 요소수 사태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호주 석탄 수입 비중은 40%이고, 철광 원석은 70%나 된다. 만약 호주가 똑같이 중국에 대한 철광 수출을 금했다면 중국 공장은 그 순간에 정지되었을 것이다.중국이 이렇게 함부로 행동하는 것은 중국이 라는 거대 내수시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이러한 중국의 자국시장 크기를 무기로 하는 행패나,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출제한 행패는 다른 나라들을 깨우치게 하였다. 이제수입시장의 다변화와 전략자산에 대한 최소한의 자국기업의 활성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 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세계시장의 2원화”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세계(배신의 염려가 적은 국가들)와 독재체재와 구(舊) 공산권 국가들이 묶이는 이원화된 시장으로 구분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와 우리가 갖고 있는 반도체 기술, 상품 경쟁력, 조선능력, 방산능력 때문에 오히려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는 유리한 입장이 될것으로 본다.



셋째; 미국의 각성과 자유세계 협력의 공고화다.


미국은 상당히 오랜 기간 세계경찰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세계적 위상이나 국익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익들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눈에 띄지 않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이다. 반면에 국방예산의 증액이나 전쟁에서 미국 젊은이들이 죽는 것은 직접적이고 확연히 눈에 띄는 일이다. 더욱이 트럼프라는 기업가 출신이 눈앞의 이익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미국이 잠깐 한눈을 팔게 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 잠깐 한눈 판 사이에 크림 반도를 내주게 되었고,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일으키는 간접적 원인도 되었다. 사실 전쟁 초기에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망명을 권유한 것을 보면 우크라이나도 사실상포기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늦지 않게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지금은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앞으로 과거 소련과의 냉전체제만큼은 아닐지라도 중국, 러시아, 북한에 상당히 강하게 대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유세계의 결집으로 러시아가 패퇴하는 모습을 보면 자유세계 협력체제의 공고화는 더욱 강력해질 것이고, 당연히 그것은 시진핑과 김정은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넷째; 중국을 포함한 독재체재에 대한 견제의 심화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독재체제는 독재자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고, 이것을 위해서는 어떤 무리한 행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유세계가 알게 되었다. 또한 독재체재는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세계를 하나로 아우르는 자유무역체제, 즉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인 것도 알게 되었다.


중국은 어찌 보면 미국의 엄청난 특혜 아래에서 성장한 나라다. 즉“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의도적으로 성장시킨 나라다. 그러나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소련과 동맹을 맺었으며, 또 끝없는 늑대외교를 통해 미국을 오히려 견제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행패를 이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알게 되었고 학을 떼게 되었다.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이라는 미끼에 꼬였던 세계 기업들, 특히 미국의 월가, 애플, MS 등

일부 기업들과 독일 기업들도 드디어 이 위협을 느끼고 서서히 돌아서고 있다.



다섯째; 전투방식에 대한 변화다.


사실 현대전은 거의 일정한 공식(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동안 우리들이 중동전, 이라크전에서 흔히 보던 모습이다. 우선 스텔스기가 떠서 적의 레이더 방공기지를 파괴한다. 다음은 일반 전투기나 폭격기가 출동하여 제공권을 확보한 후 적의 탱크나 전략자산 등을 파괴한다. 어느 정도 파괴되었다고 생각되면 탱크와 자주포, 그리고 육군을 동원하여 최종전투를 마무리한다. 사정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이것이 현대전의 기본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 우크라이나 전에서 러시아는 철저히 이 원칙을 무시하였다. 충분한 제공권 확보도 없었고 우크라이나의 방공기지도 파괴하지 못하였으며, 보급도 형편 없었고 더욱이 러시아가 자랑하는 기갑부대는 진흙탕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였다. 만약 이번에 미국이 마음 놓고 우크라이나를 도왔다면 이 전쟁은 너무 쉽게 끝났을 것이었다.


이번 전쟁 이후 탱크의 장갑과 공격전투기의 중요성, 그리고 제공권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리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가성비도 높고 방호력도 훌륭하며 정밀도도 높은 우리나라 무기산업은 더욱 큰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결론을 말해 보자. 혹자는 중국 경제가 어려우면 우리나라 경제도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 그러나 우리 사고의‘컨트롤 볼륨(시각의 넓이)’을 조금만 확대해 보자. 대() 중국 수출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필수부품 또는 월등한 품질의 생필품이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대부분 대체 가능한 품목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국, 일본 세 나라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매우 특이한 나라들이다. 바늘에서부터 전투기까지 팔 수 있는 상품은 모조리 만들어 파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 나라는 전 세계 시장에서 항상 부딪칠수 밖에 없다. 우리의 콘트롤 볼륨(시각)을 조금 넓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해 보자. 만약 세계의 제재로 중국 수출이 줄게 되면 중국이 차지했던 시장은 우리 차지가 된다. 즉 우리의 수출시장이 더욱 넓어진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은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 국민 역량에 대한 확신이다. 나는 국뽕(왜곡된 애국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냉철한 관찰과 판단에 기반을 두고 말하는 사람이다. 더욱이 과거의 습관적인 판단에 매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에 대한 올바르고 강한교육만 지속되어질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무궁히 발전할 것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