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호] 코로나 이후, 환율 리셋(reset)에 대비해야 /송인창(경제82학번, 전 ADB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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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세계 경제는 멈추어 섰다. 2019년 11월에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2021년 들어서야 백신이 개발되고 희망을 얘기한다. 인류는 이전에도 수많은 전염병에 시달렸지만 결국 이겨냈고 이번에도 극복하리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과 세계 경제는 결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명확하다. 코로나는 이전부터 이미 진행되어왔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우리는 벌써 그 변화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디지털 경제, 언택트문화, 재택근무, 기본소득제 등등. 이전에는 먼 미래라고 접어두었던 신기술과 신제도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속속 적용되고 있다.

각국은 전례없는 과감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으로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다. 경제침체에 대응해서 천문학적인 규모로 돈을 살포했다. 코로나 위기에서는 한 목소리로“필요한 모든 조치를 과감하게 취해야 한다.”고 외친다. 위기의 와중에서는 성패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한고비를 넘겨서 본격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새로운 경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타날 것이다. 수영장에 물이 차 있을 때 는 알 수 없다.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고 누가 맨몸인지 알 수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로 확연하게 나뉠 것이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서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채무 비율은 올라가고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 정부가 계속적으로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은 성립하기 어렵다. 재정적자를 화폐화하는 방식으로 소위 ‘헬리콥터 머니’를 뿌리는 위험천만한 게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국가채무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돈줄을 죌 수밖에 없다.


환율은 각국의 경제들을 하나로 엮는 끈이다. 코로나로 인한 침체와 회복 과정에서 각국 경제의 위상이 달라지면 당연히 환율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규모의 글로벌 금융자금은 기민하게 국경간 이동하고 이는 환율의 리셋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의 부의 변화를 알면 국가의 성패를 예측할 수 있고 환율의 변화도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로 인공지능, 언택트 기술, 네트워크 플랫폼, 핀테크, 자동주행, 바이오 실버 등의 분야에서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화가 진전될 것이다. 기존의 일자리는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된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력을 갖추고 산업화에 성공하는 나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패권을 잡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10년 후의 경제를 정확하게 예상해서 환율의 리셋을 예언하긴 어렵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공할 나라는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와 기술을 갖춘 나라일 것이다.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곳간이 튼실해야 한다. 채무는 늘 경계해야 하지만 특히 변환기에는 그렇다. 한편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대에는 사회적 갈등이 고조된다. 불평등, 실업, 파산, 소외 등 심화되는 갈등을 조정할 수 없다면 그 나라는 코로나 대응도 어렵고 더욱이 코로나 이후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국가의 경쟁력의 최전선에는 개인과 기업이 있다. 창의적이고 건강한 기업과 개인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경제가 종국적인 승자로 남을 것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그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명으로 아직까지 실제 누구인지는 알지 못한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중앙은행들의 무분별한 화폐발행과 이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이 그 개발 동기였음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현재의 통화 남발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암호화폐에게유리한 거래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반영하듯 암호화폐는 6만 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미래가 아니고 과거로의 후퇴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화폐는 실물화폐에서 법정화폐로 진화했다. 그리고 중앙은행제도는 불황과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발명품이다. 암호화폐는 금화로 회귀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최근의 암호화폐 광풍을 보노라면 17세기 네덜란드를 휩쓴‘튤립 버블’이 연상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 송인창

영국 요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1회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파견), 국제금융협력국장, 국제금융

정책국장, 국제경제관리관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로 재직했다. 최근 이경석(IMF 대출정책과), 성진규(기재부 정책조정국, 경제01힉반)등 인사들과 함께 <저도 환율은 어렵습니다만>을 공저, 출판했다. (동문신간안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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