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호] <추도사> 조 순 전 부총리 영전에 / 권혁승(상학 53, 백교효문화선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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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승 (상학 53)



고향과 나라를 위해 평생 헌신하신 큰 어른께서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편찮으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아침 비보를 접하고 보니 어찌 이리 황망히 떠나셨나 하는 슬픔에 몸과 마음을 가누기 어렵습니다. 몇 해 전 재경 강릉시민회 총회에서 뵈었을 때 “걷는 것은 쌍지팡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오장육부는 아직 건강하다”고 하시면서 웃으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서 뵙는 것처럼 선연합니다.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가 고향인 박사님은 대한민국 경제학계에 불세출의 거목이셨습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기획원 장관 겸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민선 초대 서울시장, 제15대 국회의원(강릉)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학계와 정∙관계에서 큰 족적을 남기셨으니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발전의 산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사님의 ‘경제학 원론’은 집필 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학 최초의 교과서, 바이블로 통하는 필독서입니다. ‘조순학파’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제자를 양성,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스승이기도 하셨고, 박사님의 문하에서 수학한 인재들이 오늘도 대한민국 경제∙산업발전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박사님과의 인연은 참으로 소중했습니다. 제가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서울경제신문 사장 등을 지낼 때 여러 차례 사무실에 들러 교유하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제가 효()문화 선양을 위해 고향 강릉 핸다리 마을에 ‘사모정 공원’을 만들었을 때는 준공식에 직접 왕림해 축사를 해 주셨고, 친필 시()를 헌정해 주셨습니다. 강릉출신 재경 원로들의 모임인 ‘서울 임영회’모임 때 걸쭉한 강릉 사투리로 정담을 나누던 모습은 천상 ‘강릉사람’의 풍모 그대로였습니다.

가끔 강릉에 다녀올 때는 박사님 고향인 학산마을 생가 앞‘안심공원’ 입석에 새겨진 박사님의 친필 휘호를 되새깁니다.‘ 존도행기(尊道行己) 봉천수명(奉天受命)’,‘ 도에 따라 몸을 행하고, 하늘을 받들어 명을 받는다’는 귀한 가르침이 항상 마음을 가다듬게 합니다. 


흰 눈썹, 백미(白眉)를 상징처럼 휘날리며 학계와 정∙관계에서 ‘경제학의 스승’, ‘포청천’, ‘산신령’등으로 통했던 강릉 선비의 모습을 이제 어디서 뵐 수 있겠습니까. 서울의 집 옥호를 본인의 호를 따 ‘소천학사(少泉學舍)’로 하고, 관악산을 즐겨 등산하시던 강릉이 낳은 현인을 이제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겠습니까. 남다른 나라사랑과 애향의 높은 뜻을 후학들이 이어받아 국리민복이 넘치는 나라, 대한민국 문화관광을 선도하는 강원도와 강릉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 평생의 고뇌와 열정, 헌신의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영면하소서.


■권혁승 이사장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조순 박사와 동향이며, 한국일보 편집국장, 서울경제신문 발행인 사장을 역임했다. 은퇴 후 고향마을에 사모정(思母亭) 정자와 사모정공원을 건립하고 백교효문화선양회를 설립하여 효(孝)사상 선양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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