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호] 서울상대인 스토리 / 서영택 전 국세청장(경제 5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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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정책에 지나친 조세수단 사용은 부적절”

부동산 대책은 법과 행정을 일관성 있게 집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


매년 12월은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달이다. 최근 3~4년간 주택 값이 크게 오르자 정부에서는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고, 특히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중과하는 방법도 동원했다. 하지만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내 놓는 선거공약 중에는 세제개혁, 주택공급 확대 등 부동산대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학과 58학번 서영택 동문은 재무부 세제국장과 국세청장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8월 <종부세, 너무 가혹하다>라는 컬럼을 썼고, 그 해 11월에는 <신세(新稅)는 악세(惡稅)인가>라는 책을 냈다. 이 저술에는 1980년대 부동산 투기열풍과 이에 대한 정부 대응, 종합부동산세의 신설 등을 담고 있어 오늘날 정책 담당자들에게 귀중한 교훈이 되고 있다.


서 동문은 서울상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경제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부 재학 중에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하여 대전·대구지방국세청장, 국세청 간세국장, 재무부 세제국장, 국세심판소장, 재무부 세정차관보등을 지내고 1988년부터 3년간 국세청장, 1991년부터 2년간 건설부장관을 역임했다. 공직에서 은퇴한 후에는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있으면서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국세공무원교육원 명예교수 등으로 활동해 왔다. 본지에서는 지난 11월 초 서영택 동문과 대담을 나누었다.


장관님께서는 사무관 시절에 미국하버드대에 유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1967년 재무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할 때 제2차 경제개발 5個年 계획을 뒷받침 하기 위한 세제개혁이 있었는데 제가 총괄담당 사무관으로 힘들게 일했습니다. 그 때 수고를 많이 했다고 재무부에서 USAID자금으로 처음으로 해외 유학을 보내주었지요. 1968년 7월부터 1년간 하버드법대 국제조세 과정에 들어갔는데, 이 때 미국의 조세법규, 일반조세정책, 조세판례와 다른 나라의 조세제도, 특히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제도 등을 공부했습니다. 이 과정을 마친 후에는 미 재무성과 국세청,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2달간 실무수습도 했습니다. 이 기간 중에 대학에서 4년간 공부한 것 이상으로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어요. 그때 배운 조세법, 조세정책과 이론, 각국의 조세 현실 등이 저의 공직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정부의 경제개발 정책과 맞물려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근간을 마련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공직생활 중 특별한 행운이고 기회였지요.


재무부 세제국에 계시면서 세제개혁을 주도하셨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당시 재무부에서 종합소득세제를 전면 실시했고, 부가가치세제 도입 준비작업을 했습니다. 이 작업에 제가 미국에서 배운 바를 토대로 직접 관여하게 되었어요. 과거 우리나라의 소득세는 소득의 종류별로 과세했는데 이 제도는 과세 형평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소득을 종합하고, 거기에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과세하는 제도로 바꾸었습니다. 이를 종합소득세 제도라고 하는데 선진국들은 모두 종합과세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부가가치세제도는 우리나라 세정사에 큰 획을 긋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영업세라는 게 있어서 매출액에 일정률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고, 매출액이 불분명한 경우 인정과세를 했지요. 그 인정과세에 불합리한 점이 많아서 매출 단계별로 매출액이 분명하게 나타나도록 한 것이 부가가치세제도입니다.

이 부가가치세 제도는 시행 초기에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과세표준의 양성화, 세금계산서의 발행 등으로 사업자들의 세금이 증가되어 조세저항이 많았고, 이 세금 때문에 물가도 많이 올랐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세정사(稅政史)에서 부가가치세만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준 세금은 없다고 봅니다.

인정과세의 불합리한 점을 시정한 것은 물론 수출증진, 투자촉진에 도움이 되었고, 그 이후 안정적인 세수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부가가치세 도입은 성공적인 조세개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요즘 종합부동산세가 과중하다는 여론이 있습니다만

종합부동산세 역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전국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과 부동산을 종합하여 누진제를 적용합니다. 이 제도는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는데 시행하다 보니 가격이 좀 높으면 1가구 1주택인 경우에도 과세가 되고 있어요. 그렇다고 세금 때문에 1주택을 팔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또 종부세는 매년 달라지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불합리한 면이 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이 주택 소유자만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 종부세 부과의 적정성도 문제입니다. 세금의 원천은 기본적으로 소득, 재산, 소비지출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소득에 대한 과세가 기본이고 재산에 대한 과세는 보완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원칙입니다. 그런데도 종합부동산세가 과중하여 보유재산을 처분해야 할 정도가 된다면 그야말로 지나친 과세입니다. 특히 1가구 1주택은 평생 열심히 일해서 모은 가족의 기본재산인데 대부분의 납세자가 큰 부담감을 느낀다면 조세의 적정성에 크게 어긋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종부세는 외국의 경우에는 없는 제도입니다.


최근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고 있습니다만.

종부세를 중과해서 주택 처분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택을 처분하려고 해도 요즘에는 양도소득세도 걱정이 됩니다. 지금 같이 양도세 부담이 크면 집 가진 사람들이 매도하지 않고 오히려 자식들에게 증여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집값은 안정되지 않고 오히려 계속 상승해 온 것이지요.

조세의 목적은 국민들에게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재정수입을 확보하는데 있고, 부차적으로 소득재분배나 부동산 투기의 억제 등 다른 정책 목적에 이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득재분배나 주택가격 안정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조세 수단에만 의존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봅니다. 최근 정부에서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부작용과 사회경제적인 후유증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작용이나 후유증 이라면?

우선, 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니 저 같은 조세전문가도 그 바뀐 내용을 따라잡기 힘듭니다. 그러니 일반국민들은 불안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만 쌓여가고 있지요. 부동산정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지 세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요즘은 글로벌 시대가 되어 돈과 재산, 자본이 쉽게 세계 어디로든지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금이 과중하다 싶으면 다국적기업 같이 세금이 적은 나라로 본사나 사업장을 이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세저항을 하거나 열심히 돈 벌기를 포기하는 소극적 저항을 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국세청장으로 계실 때 대책은 어떠했나요.

투기열풍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1967년 제2차 경제개발 5個年 획이 시행되면서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과 공장부지 등의 수요가 갑자기 늘기 시작했고, 또 경제성장과 함께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주택수요도 증가했어요. 이 때 토지와 주택을 자산 보존수단으로 취득하는 행태가 고개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 말에는 정부에서 처음으로 세제개혁을 단행하여 “부동산 투기 억제에 관한 특별조치세법”을 제정했지요. 이 세(稅)는 토지를 양도한 사람의 양도차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거의 10년 주기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는데 그 때마다 정부에서는 투기 억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경기가 열린 1988년에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었는데 그 때 노태우 정부에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대책에는 소위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어 ①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②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③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저는 1988년에 국세청장으로 부임했는데 저에게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1단계로 국세청 직원들을 총 동원해서 부동산 거래가 많은 재산가 1,000명에 대한 투기 조사를 벌이고, 기업의 비업무용부동산 실태 조사도 했습니다. 이 기회에 부동산 보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건설부장관 재임시에는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하셨는지요.

노태우 정부에서는 위에서 말한 토지공개념 3법을 시행하는 한편 분당, 일산, 평촌, 산본, 부천 중동지구에 신도시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은 1989년 8월 시작되었는데 저는 1991년 건설부장관에 취임해서 그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습니다. 덕분에 그 해에 무려 75만호라는 초유의 대규모 주택건설이 이루어졌고, 사업도 조기에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노태우 정부의 이 같은 신도시사업과 토지공개념 정책에 따라 우리 국민들의 토지 보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실제로 2000년에 이르기까지 부동산과 주택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며칠전에 돌아가셨지만 참으로 조용한 가운데 혁신적인 사회, 경제 조치를 많이 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대선을 치르면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앞으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조언을 해 주신다면…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 투기가 왜 일어나느냐에 대한 거시적·미시적 경제사회상황을 검토하고, 부동산거래의 현실을 파악하여 그 원인을 세밀히 분석한 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세금으로만 해결할 생각은 말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대책을 장단기로 구분하여 세우면서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박힌 의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멀리 내다보고 법과 행정을 일관성 있게 집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고, 예측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정책과 세법 등의 개정 효과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너무 자주 바꾸면 경제 현실이 왜곡되고 새로운 부작용을 초래하게 됩니다.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민들의 경제생활, 경제 전반의 회복 내지 성장에 최소한도 조세제도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도록 하고, 앞으로 기술의 시대, 4차산업혁명 등 미래에 대한 통찰과 예측에 따라 이에 대처하고 부응하는 전반적인 세제개편은 한 번 검토해야 될 것으로 봅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연대별로 나라의 발전단계 내지 경제,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대적 과제와 사명이 있었습니다. 하버드대학 니얼 퍼거슨(NiallFerguson) 교수가 쓴 책 <Civilization>의 서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비록 과거는 지난 일이지만 그것은 오늘날 우리의 경험과 내일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과거는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지식의 원천이다”

특히 정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오늘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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