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3호] MZ세대와 함께 살기 / 홍기현(경제 76학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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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특성 중의 하나가 가장 주요한 고객이 젊은 세대라는 점이다. 배우는 학생층의 연령대는 매년 같은데 비해서 가르치는 특정한 교수의 연령은 점점 늘어나므로 연령차는 더욱 벌어진다. 퇴직을 얼마 안남긴 교수 개인의 입장에서는 한 세대도 더 차이나는 학생을 가르치게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녀들의 눈높이에라도 맞추어 판단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녀보다도 10여년 이상 나이가 적은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세대가 두 번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이다.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이후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와 어울려 사는 법에 관한 책을 읽어보거나 상대적으로 젊은 교수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고충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지 명확하지 않다.


반적으로는 M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여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는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은 간간히 학생들과 만났을 때 발견되곤 한다. 학과 모임에 갔을 때 교수 가까이에 있는 몇 학생들만 교수의 말을 듣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SNS로 소통하고 있었다. 교수 앞이라서 그런지 학생들끼리 서로 말하는 것도 별로 없어 보였다.


올해는 비대면 강의라서 그런지 강의 시간에도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비대면 교수법에서 가르쳐 준대로 강의를 10분 정도씩 하고 나서 질문 시간을 주더라도 별로 질문하는 사람이 없다가, 연습문제나 시험 문제에 관련된 사항은 채팅 창이나, 학교 강의 사이트, 이메일을 통해서 아주 사소한 것까지 올린다. 답을 바로 써주면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다른 학생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MZ세대라고 해서 젊은 세대가 가진 고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취업문제, 이를 준비하기 위한 학업이나 활동에 관한 고민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젊은이로서 겪게 되는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어떤 세대든 공통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고민들에 대해서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를 통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도움을 받았던 데 비해서, 이제는 이러한 인간관계에 의한 통로는 크게 줄어들고 정보나 의견을 얻는 통로가 온라인 매체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런 통로의 변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자칫 고립감이 강해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늘 걱정이 된다.


걱정거리 중의 하나는 직업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성이 강한 세대들을 위해서 그런 것 인지 진로에 대해서 “앞으로의 사회는 개성이 발휘되는 사회이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막연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조언은 동기를 유발하고 위안을 주는 방편이기는 하겠으나, 직업세계란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받는 구조라는 기본적 관계를 반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보다 현실에 맞는 조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 중에서 보수를 받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현재 상황보다는 몇 년 뒤를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여러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에 도전해보라는 조언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려면, 소통하는 방법도 배워야 하지만 현실의 변화에 발맞추어 대학 교육이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19세기 대학 시스템에서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서 대학이 변화하는데 학교뿐만 아니라 많은 기성세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홍기현

홍기현 교수는 1987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고 모교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10년 이후 경제학부장, 교무처장, 사회과학대학장을 지냈고, 2019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교육부총장겸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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