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호]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 이정우(경제68학번,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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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대선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인데, 특히 경제정책에서 근본적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현재 선두를 달리는 두 후보 - 민주당의 이재명, 그리고 국힘당의 윤석열의 경제정책 방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전자는 경제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지언에 가깝고, 후자는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면서 시장을 중시하는 시장근본주의에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는 시장근본주의의 교주로 불리는 밀턴 프리드만을 존경하며, 그의 저서 <선택의 자유>를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윤후보의 시장주의적 태도는 예를 들면 최저임금제에 대한 생각이나 주당 120시간 노동 등에서 잘 드러난다. 윤후보의 이런 생각이 학계에서 존경받는 경제학자인 그의 부친(연세대 윤기중 교수)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 은퇴 후에도 경제학회에 열심히 참석해서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윤기중 교수는 시장근본주의의 중심인 시카고학파 추종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의 경제철학은 가정교육이 아닌 별도의 경로를 통해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에 반해 이재명 후보는 여러 면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지원금 확대를 요구하면서 기재부와 정면충돌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케인지언의 자세다. 그리고 성남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지내면서 그가 추진했던 청년수당, 산후조리원 같은 정책 역시 케인지언에 가깝다. 이와 같이 두 후보의 경제철학은 상반된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에서 어느 쪽이 더 적합한 방향인가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긴 역사를 통해 두 개의 대척적 사상인 시장근본주의와 케인즈주의는 서로 비판, 견제하면서 성장해왔다. 19세기 후반은 시장근본주의의 전성기였고, 대공황이라는 일격을 맞은 이후에는 케인즈주의가 오랫 동안 경제정책의 기조가 되었다. 그러다가 1980년에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이 등장하면서 케인즈주의는 퇴조하고 시장근본주의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시장근본주의도 2008년 금융위기에서 크게 한방 먹고 비틀거리면서 지금은 혼란과 무질서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시장과 정부가 서로 적당히 견제하면서 어느 한쪽이 완전 우위에 서지 않는 균형 상태에 가깝다. 시장이냐, 정부냐,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적절한 업무분장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실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크게 보았을 때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은 저성장, 양극화 심화로 요약할 수 있는 바이런 상황에서 케인지언과 시장근본주의 중 어느 철학이 더 유효할까. 분배 악화는 세계 공통의 현상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특히 더 심각하고, 그 내용을 보면 소득분배의 악화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2중구조,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격차의 확대 등 경제의 양극화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시장의 힘을 믿고 기다리면서 인내하는 시장근본주의 정책보다는 정부가 민첩히 개입하는 방향이 옳지 않을까 한다.


경제학에 케인즈혁명이 일어난 것도 대공황이라는 상황이 배경이었지 않은가. 다만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 다소 포퓰리즘 쪽으로 흐를 위험을 견제할 참모가 필요하고, 윤석열 후보 옆에는 시장근본주의의 한계를 이야기해주는 참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 어디서나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용적 자세다.


■ 이정우 교수

1977년부터 2015년까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를 지내고 이후 명예교수로 있다. 교수 재임 중인 1983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 한국경제발전학회 명예회장을 맡았다. 2003년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2012년 대선때 문재인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18년 8월부터 3년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자문기구인‘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의 정책자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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