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호] 뉴질랜드 밀포드 트래킹 회상기 / 김창부(상학 61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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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나우 호수에서 샌드플라이 포인트까지 33.5Km 완주하다 


코로나19로 우리들의 일상(日常)이 침체, 무력화되고 있다. 더구나 세월의 흐름속에 어느새 시니어가 된 지금의 나에게는 그래도 이따금 활력과 생기를 가져다 주는 버팀목 같은 추억이 있다. 건강 삼아 산보를 하거나, 잠시 아무 생각 없는 시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뉴질랜드 밀포드 트래킹에 관한 추억이다. 이 트래킹은 2005년 1월, 사회 친구 모임인 만우회(晩友會)의 주선으로 참가했다. 만우회 회원은 모두 8명으로 지금도 격월로 인사동에서 만나고 있다.


우리 일행은 2005년 1월 11일 서울을 출발, 뉴질랜드 북섬의 오크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거기서 시내 관광을 곁들인 1박을 한 후, 곧장 남섬의 퀸스타운에 도착하여 점심을 간단히 먹고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터미널에서 대기중인 coach에 올라 다시 집결지인 테아나우(Te Anau Downs)로 이동했다. 거기서 참가신청서 제출 등 필요한 절차를 끝내고 잠시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이번 트래킹을 위해 우리들은 1년 전에 뉴질랜드 관광청에 참가 신청을 해 두었기 때문에 수속은 간단히 끝났다.


집결지 테아나우의 첫인상은 마치 논산 훈련소 같았다. 각종 트래킹을 마쳤거나 트레킹을 떠나는 버스가 오고 가는 모습이 옛날 병력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던 논산훈련소 그 자체였다. 잠시 후 버스에 올라탔다. 같은 버스에 탄 일행은 모두 45명으로 그야말로 다국적 남녀 혼성 팀이었다. 한국 사람은 우리팀 8명, 일본 사람 14명, 미국인 6명, 유럽사람 8명, 동남아시아와 기타 9명이었다. 트래킹 출발지인 테아나우 호수에 도착하여 안내 책임자의 제반 주의 사항과 설명을 들은 후 대기 중인 페리에 올랐다.


30여 분 호수를 가로 질러 배에서 내린 후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했다. 이 곳 1월은 우리 나라의 4~5월 날씨로, 일년 중 제일 좋은 계절에 속한다. 밀포드 트래킹은 히말라야 트래킹과 더불어 세계 2대 트래킹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히말라야 코스가 만년설로 이어지는 영봉(괈峯)의 산세가 매력적이라면 이 곳은 강과 호수, 꽃들로 이어지는 여성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모두 삼삼오오 풍광을 즐기며 정해진 길을 묵묵히 걸었다. 오늘 코스는 한국처럼 깔딱고개가 없는 완만한 코스라 단조로운 면도 있다. 녹음 방초 속 강과 숲을 따라 걸으면서 도심 속의 여러 강박 관념을 털어낼 수 있었다.


첫 숙박지에 도착하기 전에 더 프레리(The Prairie)라는 넓은 초원지대를 지났다. 중학교 때 미국 중남부에 “프레리”라고 하는 대초원이 있다고 배웠는데, 그 초원에 비하면 규모는 작으나 험한 준령의 산 속에 이런 초원이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우리 숙소 폼포로나 롯지(Pompolona Lodge)에 도착했다. 등산이나 트레킹을하게 되면 롯지(Lodge), 쉘터(Shelter), 헛(Hut) 등의 숙소에 묶게 되는데 통상 롯지는 식사, 침실, 샤워, 화장실이 다 제공되지만 다른 숙소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4개여서 2인 1실을 쓰게 되었는데 룸메이트(roommate)를 어떻게 결정하느냐? 의논하다가 어렵사리 해결을 보았다. 샤워를 하고 밖에 나와 삼삼오오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간단히 하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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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 밝아 우리 일행은 간단한 식사와 준비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했다. 식당 한 켠에 그날에 각자가 필요한 스낵(쿠키 등과 간단한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어 인상적이었다. 오늘은 난 코스 “깔딱고개”, 해발 1,000 m가 넘는 매키논 고개(Mackinnon Pass)를 넘어야 하는 날이다. 허나 두번째 가는 것도 아닌 초행(初궋)이라 신비감도 있고, 낯선 이국 땅 트래킹이라 별 걱정은 되지 않았다. 드디어 평지에 이르자 숲 속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우리들은 호기심에 모두 그 곳으로 달려 갔다. 그 곳에는 서덜랜드 폭포(Sutherland Falls)라는, 높이 540m의 3단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캐나다와 미국 버펄로 접경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도 그 웅장함과 굉음에 놀라기도 했었는데, 여기는 규모 면에서는 작지만 저절로 경건한 마음에 사로 잡혔다.

폭포수에 발 씻고, 세수하고, 추억 사진 찍기를 마친 우리 일행은 다시 걷기 시작하여, 출렁다리(Swing Bridge)를 건너기도 하면서 마침내 종착지 샌드플라이 포인트(Sandfly Point)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밀포드 트랙 전구간의 거리 “33.5마일”의 표지판이 서 있다. 우리 만우회원 일동은 밀포드 트랙을 무탈완주(無脫完走)한 기념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고 즐거워했다.


이 지역에는 샌드플라이(Sandfly)라는 아주 조그마한 날파리가 있는데 물리면 따갑고 지겹게 사람을 쫓아다녀 모두가 싫어하는 파리 중의 파리. 빨리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게 상책(上策)이었다. 정해진 Lodge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받아 샤워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지막 석별(惜別)의 정을 나누는 저녁 식사에 참석했다. 모두들 해냈다는 자신감에 내일 오전 크루즈 여행이 남긴 했으나 들뜬 분위기였다. 이 여행에서 식사대는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으나 주류는 따로 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대개 덧치페이(Dutch Pay)를 했다. 하지만 우리 만우회 회원들은 그 동안 포도주를 마시고 공동 회비에서 지출했다.


그런데 이날 저녁 때는 우리만 너무 축제 분위기가 아닌가 싶어서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모두 와인 한잔씩 돌리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그럼 누가 나서서 잔을 돌리느냐는 문제로 잠시 논의하다가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필자가 잔을 돌리게 되었다. 참가자들은 모두 회자이별(會者굒別)의 마음으로 흔쾌히 받아 마셨는데, 좀 젊은 아가씨들의 경우는 술 못먹는다고 사양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반잔을 마시고 주면 대개가 다시 받아 마시고, 답례로 또 새 잔을 나에게 주었다. 안마실 수 없고(?) 해서 계속 받아 마신 나는 우리 일행과 담소는커녕 나중에 내 숙소를 어떻게 찾아 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선착장에 대기 중인 크루즈 선(船)에 탑승했다. 북구풍 (겗歐風) 피요르드(灣) 지형의 해안을바라보는 선상(船上) 관광도 즐기고, 고산준령(高山峻嶺)에서 쏟아지는 폭포에 접근해 보기도 하며, 주변 바위에서 놀고 있는 물개 구경, 시원한 해풍의 느낌…, 그야말로 이국(굋國)의 정취를 만끽했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서는 펭귄도 볼 수 있단다. 남섬에 있는 Mount Cook는 해발3,486 m나 되는 고봉(高峯)이기도 하단다.


해상 유람을 즐긴 우리는 다시 선착장에 도착, 간단한 점심 식사 후, 버스에 올랐다. 우리는 다시 역순으로 밀포드 사운드, 테아나우 포인트, 퀸스타운을 거쳐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참가 일행들이 나름대로 작별인사를 하던 중, 우리 일행으로 왔던 2명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에게 접근하더니, 그 중 한 아가씨가 다가와 정식으로 포옹(hug)을 해 주는 게 아닌가. 당황하며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데 다른 아가씨도 자기 차례인 양 다가와 더 다정하게 포옹을 해주고는 뒤돌아서 떠났다. 정말 해외 생활, 여행, 출장 중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아련한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밤 술 장사를 잘했나 싶기도 했다. 


거기서 다시 남섬 최대 도시인 Christ Church로 옮겨 남극 박물관과 번지 점프장을 구경했다. 이 곳 사람들은 번지점프는 자기 나라가 원조라고 자랑했다. 그리고 시내 관광 후 와이너리(winery)에 들러 저녁 식사를 하고 1박했다. 다음날 아침에도 역순으로 오크랜드를 경유 1월 17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야말로 무탈입국(無脫入國). “The Finest Walk in the World”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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