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1호] 김영회(무역 76학번)의 향가 이야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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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 - 그 해독의 시급성 


필자는 최근 <일본 만엽집(萬곸集)은 향가였다>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일본의 만엽집이 알고 보니 신라의 향가를 모은 고향가집(古鄕歌集)이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증명한 책이다. 이제 이 책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고, 이 책이 함의하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말씀 드리고자 한다. 


필자는 2년전 신라향가를 새로이 해독한 <천년향가의 비밀>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어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관련학계의 동계 학술대회에 책의 내용을 요약, 발표했고, 지난 해에는 이와 관련한 논문 2편을 공식 등재시킨 바 있다. 이로써 필자는 지난 1,000여년 동안 잊혀졌던 향가 만드는 법을 밝히고, 논문으 로 만들어 보고까지 하여 놓았으니, 이제 국문과 출신도 아닌 필자의 역할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리하여 자료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던 책장을 정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웬만한 것은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버릴 자료 중에는 일본 향가 연구자들의 논문도 있었다. 일본인들은 잊어버릴 만 하면 향가를 건드린다. 우리 향가에 대한 연구는 1918년 한국사람이 아닌 일본인 가나자와 쇼자부로(金澤庄三걏)가‘처용가(處容歌)’를 처음 해독하면서부터였다. 따라서 필자는 일본인들이 우리 향가를 연구한다는 사실에 우리 문화의 유구함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의 고유 문화를 건드리는 것에 불쾌감이 들기도 하였다. 그래서 책장을 정리하던 중 일본인들이 작성한 향가 논문을 보면서 거꾸로 일본의 만엽집(萬곸集)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만엽집이란 일본의 고대 시가집(詩歌集)으로 자신들의 민족 정체성이자,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며 전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거기에는 4,516편이나 되는 엄청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아직도 완전히 해독되지 않아 수수께끼 투성이로 남아 있다.


만엽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우리 향가와 같이 서기 600년대~700년대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시기가 엇비슷하고 외관도 비슷하다. 그래서 한일 양국의 연구자들은 향가와 만엽집의 작품들 사이에는 무엇인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으나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마음의 고향인 만엽집의 해독에 혹시나 도움이 되지나 않을까 하여 우리 향가를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자료를 정리하다 말고 신라향가 창작법을 만엽집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 발로였다. 일본어 실력도 기초적인 수준인데다 의 나라인 일본의 고대시가에까지 오지랖을 넓힐 이유는 없었기에 만엽집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만엽집 작품에 필자가 제시했던 신라향가창작법을 한번 적용해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맨 마지막 작품인 4516번가(歌)를 골랐다.(일본인들은 만엽집 작품에 대해 1번가부터 4516번가까지 일련번호를 붙여 놓고 있다.)


그런데 가벼웠던 마음이 놀라움으로 바뀐 것은 1~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4516번가는 10여 가지의 향가창작법에 의하여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만엽집의 마지막 작품 4516번가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이 해독되었다. 


新年乃始乃波都波流

能家布敷流由伎

能伊夜之家/ 余其騰

신년이 시작되었다.

응당 베풀고 번성하게 하리.

응당 그대들도 밤늦도록 베풀고 번성

하게 하여야 하리.

나머지 사람들도 힘차게 달리자.


이 작품은 지금으로 부터 1262년 전이었던 서기 759년 관청의 신년 행사에서 야카모치(家持)라는 지방관리가 만든 작품이었다. 만엽집이 신라향가 창작법으로 풀린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필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번에는 1번가에 신라향가 창작법을 적용해 보았다. 그결과 1번가 역시 정확히 신라향가 창작법을 설계도로 하여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에 필자는 만엽집의 나머지 작품 가운데 650여편을 작자별, 시기별, 종류별로 무작위 추출하여 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통 속에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틀림이 없었다. 이들 650여편 모두가 한편의 예외도 없이 신라향가 창작법에 의해 정교하게 짜맞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충격적 결과였다. 만엽집은 향가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신라향가 창작법’이란;


1. 향가가 표기된 한자는‘소리’가 아니라‘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로 기능한다.

2. 향가의 문장은 중국어 어순이 아닌 한국어의 어순을 따르고 있다.

3. 향가의 문장은‘노랫말+청언(請言)+보언(報言)’의구조로되어있다.‘ 청언’은 신에게 소원을 비는 문자이며,‘ 보언’은 연극대본의 지문(地文)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 10여 가지를 뜻한다.


연구결과 만엽집 속의 향가는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일본 천황가(天皇家)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한반도어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용 중에는 고대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사가 직간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만엽집 속에 고대역사의 원사료(原史料)들이 잔뜩 들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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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오랫동안 만엽집을 ‘만요가나’라는 방법으로 풀려고 노력했다. 이 방법은 한자를 일본 고대어를 소리 나는대로 표기해놓은 알파벳으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구자들도 이러한 일본의 해독법을 받아들여 향가를 풀었다.

마찬가지로 한자를 신라의 고대어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해 놓은 알파벳으로 보았던 것이다. 일본인들의 만엽집 해독은 역사가 깊다. 지난 1,000여 년의 노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만엽집의 해독에 실패했다. 원인은‘만요가나’라는 해독법이 가진 한계 때문으로 밝혀진다. 그 한계 때문에 그들은 아직 만엽집에 들어있는 고대사의 내용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고대사에는 일본 스스로의 역사 뿐 아니라 한일간의 관계사도 들어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인 E=mc2이라는 공식을 발표했다. 현대과학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공식은 물질과 에너지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이후 연구자들 이 공식의 함의를 연구하던 중에 원자폭탄이 이론적으로 제조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 나라가 원자탄제조 경쟁을 벌였으나 미국이 승리하였고, 미국은 원자탄으로 2차 세계 대전을 종결지었다. 전후 세계의 주도권은 미국의 손에 들어갔다. 

만엽집 속에는 한일고대사의 원사료가 상당수 기록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고대 관계사가 들어 있고, 일본에 건너간 한반도인들이 만들었기에 이제 만엽집을 순수 일본만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필자가 <일본 만엽집은 향가였다>를 통해 발표한 것 외에는 아직까지 아무도 만엽집에 실린 고대 역사를 알지 못한다. 신라향가 창작법이 가지고 있는 결정적 함의 중 하나는 이 창작법으로 한일고대사를 풀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가“신라향가창작법”을 먼저 적용하여 만엽집을 풀어낼 것인가? 필자는 그 나라가 한일 고대사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한글을 만들고, IT산업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천재성을 가진 민족이다. 잘하면 우리가 먼저 해독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필자는 만엽집 해독에 일본인은 물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신라향가나 만엽집의 향가는 표의문자(뜻글

자)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고대 신라어나 일본어, 그리고 어려운 한자를 몰라도 풀 수 있다. 신라향가 14편 모두에 쓰인 한자는 고작해야 311자에 불과하다. 이 기초적인 한자 몇 백자와 사전 찾는 법, 그리고 신라향가 창작법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 중고등 학생이라도 풀어 낼 수 있다.

4516편이나 되는 작품의 해독은 일개인이 하려면 평생을 바쳐야 하는 일이다. 또 역사적인 작업을 일개인에게 맡겨서도 안 될 일이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하여 집단지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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