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호] 서울상대인 스토리/김흥종(경제 83학번)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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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디지털∙저탄소 전환 가속화, 경제양극화 심화”
우크라이나 사태는 경제회복에 악영향, 유가급등에 대비해야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지출의 결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이에 대응하여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을 서두르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등 기술에 의한 디지털 전환이 앞당겨지고,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그 동안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다툼이 국제사회에 불안요인이 되어 온 데다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가들과 러시아와의 갈등에 국제 유가와 곡물가격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이 시기에 우리 정부는 대외경제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보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김흥종 원장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김 원장은 1987년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서울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고, 1999년 다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부연구위원으로 입사한 후 20년 넘게 KIEP에 재직하면서 국제통상 전략과 글로벌 경제문제를 다뤄왔다. 이 기간 중에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한국EU학회 회장, 한국APEC학회 회장 등을 겸임했으며, 지난 2020년 6월 KIEP원장에 취임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연구원의 사업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우리 연구원은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에 따른 외부적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국제적 역할을 정립하여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입니다. 1989년 설립 후 몇 년 간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지원하고 북방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국제거시금융, 자유무역협정(FTA) 및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다루는 무역/투자 규범 분야 등 해외경제를 연구해 왔으며, 그때 그때 당면한 대외경제 이슈에 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여 정부에 제언하고 국민께 알려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제개발협력, 기후변화, 디지털통상, 전염병,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안보 등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주로 대외경제 분야를 대상으로 하지만 지정학, 지경학적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와 자국중심주의의 심화 등 글로벌 무역환경을 경제 안보의 관점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어, 최근 ‘경제안보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경제안보수호를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연구원에 입사하신 동기는?
서른 살 때 여권을 처음 만들어서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오고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유학을 했습니다. 거기서 선진국을 경험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교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제가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외경제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우리 연구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입사 후 한 곳에서 20년 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 원동력은?
연구원에 입사한 후 아프리카∙중동연구, EU와 유럽경제 연구, FTA, 양극화와 사회경제정책, 중장기 통상전략, 국가경쟁력 등 다양한 대외경제분야를 연구했습니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대외 현안에 대한 대 정부 정책건의를 했는데 그 건의가 우리나라 대외정책방향 수립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심도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조금 앞서서 또 새로운 시각으로 전문가적 제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보람이었고, 그 보람이 지금까지 우리 연구원에서 활동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 국내외 여러 기관 및 연구자들과 다양한 형태로 협력해 오면서 이 일이 참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자유무역협정, 즉 FTA를 지원한 일입니다. 특히, 한-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쉬타인 4개국) FTA와 한-EU FTA등 FTA 협상을 현장에서 지원한 경험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4년에 처음 EU와의 FTA에 대해 관심을 갖고 EU집행위원회에 제안했으나 그 때 EU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2005년 내내 EU와의 FTA 타당성에 관해 연구하여 그 해 말에 연구보고서를 출간하였습니다. 2006년 초 한미 FTA 협상 시작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오히려 EU 측에서 한-EU FTA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연구성과가 전혀 없었던 EU는 제 연구보고서를 번역하여 돌려 보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EU가 허둥대는 동안 저와 우리 연구원은 세부분야별로 비관세장벽, 서비스, 투자, 농업, 지식재산권 등 연구성과를 하나하나 비축하고 2007년 5월에 시작된 협상에 임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는 어떤 변화가 있었으며, 그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요?
코로나 19와 싸움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더욱 심화된 양극화를‘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라고 합니다만, 코로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타격은 소득별, 지역별, 직군별, 국가별로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한 국가내에서도 임금수준별, 숙련도별, 직종별, 산업별로 노동자 및 기업들 사이의 회복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 경제상황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경기회복의 부문별 불균형 역시 불가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재정을 활용하여 취약계층과 집합금지업종에 대한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각국의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대응이 급속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런지요?
말씀하신 대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의 디지털∙저탄소 전환이 가속화되는 추세이며, 방역조치와 물류체계 혼란으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부상했습니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지속, OECD/G20 BEPS(디지털세) 최종합의문 통과, 주요국의 2050 탄소중립 선언등 대외 이슈가 숨가쁘게 터져 나오고 있는데 이 분야들은 글로벌 통상환경변화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선진국주도의 데이터 관련 디지털 통상규범 강화, 탄소국경조정세 발표 등은 한국의 교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공급망 위험과 재편은 한국의 경제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에 주목하여 최근 부상하는 통상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국가 간 경제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 기반을 새롭게 마련해야 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심화시킨다는 측면을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회복국면의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원자재 수급 차질, 금융시장의 혼란, 실물경제 타격에까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물가 상승이 두드러지고 글로벌 경제 회복을 둔화시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커졌습니다.
따라서 한국 경제도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미 급등한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가격이 더 오르게 되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것 입니다. 다만 오일머니의 급격한 증가로 자원수출국에 대한 우리의 재화와 서비스 수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요.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과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다방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으며, 특히 과학기술에서 중국의 도전이 거세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까지의 중국과의 협력 관계, 상호 의존관계를 재검토하고 첨단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향은 한반도를 포함한 전세계의 군사∙정치∙외교∙경제 활동 전반에 미칠 것입니다.

미∙중 간 대립은 바이든 정부에서 더욱 첨예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직면할 리스크를 경제 블록화, 공급망 재편, 산업정책 경쟁의 3가지 차원에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국의 반중 정책은 체제 대결의 양상을 띠면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 신뢰와 가치에 기반한 경제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연대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과 중국 시장에 동시 접근을 목표로 하는 우리 기업들에게는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만의 명확한 통상과 외교 원칙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는 적용을 통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중 사이에서 균형적 입장을 모색하는 유럽 국가들과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고, 미중 양측의 압박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주요국의 공급망 재편 작업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변화입니다. 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협력대상 다변화를 통해 특정국에의 과도한 의존도 축소도 중요해 보입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핵심 기술∙지식∙데이터, 그리고 공급망 리스크를 파악하고 자유무역과 투자유치를 과도하게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경제 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미∙중 간 대립의 근본 원인이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점에서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때 우리는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미∙중 양국의 제재 조치의 영향에 대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우리 기술, 산업,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일수록, 정부는 최대한 우호적인 통상환경을 조성하는데 외교적 노력을 다하면서 우리의 산업 역량을 제고하며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2022년 세계경제전망은?
최근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경제회복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예상보다 세계경제의 감속성장의 가능성이 더 커지는 가운데 선진국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대응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2022년을 대전환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팬데믹에 적응해 가면서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이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으로 봅니다. 초기 전환비용이 막대한 것을 예상하면, 아직은 많은 부분 정부 재정이 대전환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대전환에 따르는 여러 가지 리스크도 있을 것입니다만, 꼼꼼한 정책 설계와 국제공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해가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할 것입니다.


네,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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